세계로 확산되는 한국 발효 장을 중심으로 조미료 시장의 변화와 장류가 글로벌 식문화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세계로 퍼지는 장류, 발효 식재료의 확장성
고추장과 된장, 쌈장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발효 장류가 이제는 더 이상 낯선 식재료가 아닙니다. 한식에 익숙하지 않은 국가에서도 장류는 건강식이나 채식 기반 요리의 조미료로 쓰이거나, 새로운 소스의 베이스로 응용되고 있습니다. 고추장의 매콤함은 멕시코 요리와 섞이고, 된장의 깊은 향은 유럽식 수프에 조화롭게 더해집니다. 이러한 확산은 단순히 음식 재료 수출을 넘어서, 식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발효 식품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는 흐름 속에서 장류는 그 대안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 첨가물을 최소화한 자연 발효 방식은 ‘클린 라벨’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장류 수출 흐름으로 본 글로벌 소비 변화
최근 몇 년 사이 장류 수출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데이터로도 확인됩니다. 특히 고추장은 미국과 일본,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소비가 늘고 있으며, 된장 역시 소스 재료로서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장류가 ‘한식’이라는 틀 안에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식문화에 맞춰 변형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지화된 포장, 언어 번역, 추천 레시피 삽입 등 장류는 점차 생활 속 조미료로 자리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장류 품목 | 2022 수출액 (백만 달러) | 2023 수출액 (백만 달러) | 증가율 |
---|---|---|---|
고추장 | 52.3 | 58.7 | +12.2% |
된장 | 24.5 | 27.1 | +10.6% |
쌈장 | 11.8 | 13.2 | +11.9% |
이러한 흐름은 단기적인 유행이 아니라, 조리 방식과 소비 습관의 일부로 장류가 흡수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수치로 드러난 이 변화는 앞으로의 유통 전략과 마케팅 방향에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장류는 어떻게 각국 요리로 스며들고 있을까?
장류가 세계 식문화에 진입하는 방식은 예상보다 훨씬 유연합니다. 고추장은 매운맛 소스로서 멕시코의 타코 소스에 응용되거나, 미국의 요리 콘텐츠에서는 고추장 마요네즈로 재탄생합니다. 된장은 수프나 파스타 소스에 발효된 깊은 맛을 더하는 용도로 사용되며, 프랑스나 캐나다의 비건 셰프들 사이에서는 ‘발효된 콩 향신료’로 불리며 메뉴에 포함되고 있습니다. 쌈장은 현지 바비큐 문화에 맞춰 고기용 디핑 소스로 변형되어 소개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장류는 전통적 사용 방식을 고수하지 않고, 각국의 요리법 안에서 제 기능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퓨전 요리 유행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식 재료로서 장류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응용 가능한 발효 소스’로 인식되면서, 조리의 자유도를 넓혀주고 있습니다. 이는 K-Food 확산의 결과라기보다, 발효라는 조리법 자체가 가진 글로벌 수용성과 맞닿아 있는 흐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장류는 이제 아시아 식품이 아니다
해외 마트에서 장류가 놓이는 위치는 그 자체로 소비자 인식을 말해줍니다. 과거에는 아시아 식품 코너에 진열되던 고추장이나 된장이 최근에는 ‘헬시 푸드’ 또는 ‘내추럴 조미료’ 구역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라벨 디자인도 단순히 한국어 표기가 아닌, ‘비건’, ‘무글루텐’, ‘저염’ 같은 건강지향 문구를 앞세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장류가 더 이상 특정 문화권의 재료로만 소비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브랜드들도 진열 방식 자체에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한식 제품 묶음 구성 대신, 현지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요리 스타일에 맞춘 소스 분류 체계를 도입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고추장은 매운 소스 섹션에, 된장은 발효 식재료 존에 포함되면서 더 많은 소비자에게 노출됩니다. 이는 단순 판매 전략이 아니라, ‘문화적 장벽 없이 다가가는 방식’으로 장류가 선택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외국에서도 고추장을 소스로 즐겨 쓰고 있을까?
미국에선 버거 가게에서 고추장 마요네즈를 만든 게 시작이었다고 한다. 처음엔 생소했지만, 요즘은 타코 소스나 치킨 윙에도 고추장이 곧잘 들어간다. 매운맛 좋아하는 현지인들에겐 꽤 반가운 재료가 된 셈이다.
Q. 된장이 서양 요리에도 잘 어울릴까?
된장이 국이나 찌개에만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유럽에선 비건 수프나 크림 파스타에 된장을 살짝 넣어 감칠맛을 더한다. 심지어 된장과 버터를 섞어 빵에 발라 먹는 사람도 있다니, 꽤 익숙해졌다고 볼 수 있다.
Q. 쌈장은 외국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을까?
쌈장은 고기를 찍어 먹는 소스라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외국에선 그 이상이다. 바비큐용 디핑 소스로 쓰이거나, 햄버거 패티 위에 바르는 소스로도 변형된다. 튜브형 제품은 캠핑 가방 안에 하나쯤 넣어두는 필수템처럼 자리 잡았다.
한식 재료를 넘어선 장류의 문화적 진입
장류는 이제 단순한 한국 음식의 재료가 아니라, 다양한 나라에서 활용 가능한 ‘글로벌 조미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지 셰프들이 장류를 자신의 레시피에 응용하거나, 유튜브와 SNS에서 장류를 활용한 요리가 소개되면서, 소비자들은 이 식재료를 더 이상 낯설게 느끼지 않게 되었습니다. 특히 한식이라는 범주를 벗어나 장류가 유연하게 조리 문화에 들어가는 과정은 음식이 곧 문화라는 점을 실감하게 합니다.
고추장이나 된장이 '한국 것'이어서가 아니라, '맛과 기능'으로 선택받고 있다는 흐름은 장기적으로 브랜드나 국가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장류를 처음 경험하는 소비자들도, 단맛·짠맛·발효맛이 적절히 조화된 이 조미료를 점점 더 자연스럽게 일상에 받아들이게 됩니다.
지속 가능한 확산을 위해 필요한 전략은?
장류가 단기 트렌드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경험 이후 반복 가능한 접점을 만들어야 합니다. 체험 마케팅, 팝업 시식 행사를 넘어서, 레시피 추천, 영상 콘텐츠 연동, 식문화 콘텐츠 안에 장류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특히 다양한 국가에서 조리될 수 있도록 용도별로 구분된 포장, 언어 번역, 간편 사용 가이드 같은 장치도 소비자 경험의 지속성을 높여줍니다.
또한 브랜드 차원에서는 장류를 단일 상품이 아닌 ‘조합 가능한 발효 소스’로 포지셔닝하는 전략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장류가 특정 요리의 재료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식문화와 섞이면서도 본래의 맛과 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장기적인 확산의 핵심입니다. 결국 장류는 조미료를 넘어, 한식이 세계로 녹아드는 문화적 매개체로 진화하고 있습니다.